간호조무사에서 간호사로 | 해볼 만한 선택인가, 현실적으로 따져봤어요
저희 학교에는 임상 경험이 있는 간호조무사 출신 분들이 꽤 많이 진학했어요.
급성기 병원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하신 분도 있고, 다른 일을 하다가 조무사 자격을 따고 의원급에서 몇 년 근무하다 오신 분도 있어요. 저는 그 중간 어딘가쯤? 다른 일을 하다가 조무사를 따고 전문병원에서 근무하다 왔거든요.
경력도 다양하고 나이도 다양한데, 목적은 다들 하나예요. 간호사가 되는 것.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게요.
1. 각자 여기 온 이유가 달랐어요
같은 조무사 출신이라도 간호대에 오게 된 계기는 다 달랐어요.
어떤 분은 "조무사로 계속 일할 바엔 간호사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셨고, 오래 일해온 분들 중에는 "더 나이 먹기 전에 한번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오신 분도 있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경력도 없는 신규 간호사한테 무시를 당한 경험 때문에 결심을 굳히셨다는 분의 이야기였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게 틀린 이유가 아니라는 것도 알겠고, 그 감정이 얼마나 쌓여야 그 결심이 나왔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저는 좀 더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어차피 계속 병원에서 일할 거라면 간호사 쪽이 낫겠다는 판단이 컸어요. 딱히 극적인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내린 결론이었죠.
2. 취업이 안 된다는 말, 어디까지 맞는 말일까요
진학을 고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걱정 중 하나가 취업 문제였어요. 간호사는 점점 많아지는데 신규를 잘 안 뽑는다는 이야기요. 실제로 그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에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어디 이야기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수도권 대형병원, 종합병원 이야기거든요.
저는 고향이 시골이라 지역 공고를 보면 여전히 인력 부족으로 채용 공고가 꾸준히 올라는걸 자주 보거든요.
병원 입장에서도 간호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은 아닌 거예요.
그럼 왜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느냐, 결국 다들 가고 싶은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간호사 면허를 따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학비에 전공 서적, 실습비, 실습 가운까지 돈 나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죠.
그러니 비용 대비 급여나 근무 환경을 생각했을 때, 조건이 좋은 병원을 원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사무직도 다들 대기업 가고 싶어하지, 박봉인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간호사도 똑같아요. 오히려 업무 강도는 일반 사무직보다 훨씬 센데, 지방 중소병원 급여가 사무직이랑 비슷한 수준이면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게 이상한 게 아니죠.
그 부분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가까운 것 같아요.
3. 조무사 경력이 있으면 유리할까요
임상 경험이 있다는 건 분명히 어느 정도 도움이 돼요. 병원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언어가 쓰이는지 몸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처음 보는 상황에서도 맥락을 이해하는 속도가 다를 수 있어요.
다만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공부가 쉬워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익힌 감각과 교과서에서 요구하는 설명 방식은 꽤 달라요. 알고는 있는데 왜 그런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막히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오히려 처음 배우는 사람이 텍스트를 더 깔끔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경험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라, 과신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에요.
취업 쪽에서도 경력이 있다고 해서 신규 간호사 입장에서 명확하게 유리한 조건이 되는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아요.
4. 그래서, 해볼 만한 선택인가요
저는 아직 1학년이에요. 실습도 시작하지 않았고, 취업 현실은 더 먼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해볼 만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말 할 수 있는건 뭔가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딛은 기분'이 든다는 겁니다. 잘한 선택이었다는 확신보다는, 일단 움직이긴 했다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아요.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한테 "하세요" 혹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에요. 다만 비슷한 이유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적어도 저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다는 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의실 안에 비슷한 경로로 온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거든요.
자주 받는 질문
Q. 간호조무사 경력이 있으면 간호학과 입학에 유리한가요?
입학 전형 자체에서 경력이 직접적인 가산점이 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면접이 있는 전형에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생긴다는 점은 있어요. 저는 면접 없는 성적 100% 전형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고요.
Q. 간호사 취업이 정말 어렵나요?
수도권 대형병원 기준으로는 경쟁이 치열한 건 사실이에요. 2년전 졸업한 선배님들도 취업을 못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기도 하고, 간호대 정원은 점점 늘고있는 추세라 앞으로 생겨날 간호사는 더 많아질 예정이거든요.
다만 지방이나 중소병원은 여전히 인력 공고가 꾸준히 올라오는 편이고, 간호사 면허가 있으면 일 할 수 있는 분야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어디를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체감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Q. 조무사에서 간호사로 진학, 후회하지 않나요?
아직 1학년이라 결론을 내리기엔 이른 시기예요.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고, 일단 방향은 맞다고 느끼고 있어요. 확신보다는 지켜보는 중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