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 진학을 고민하면서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이, 경제적 현실, 체력, 가족, 졸업 후의 미래까지.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았고, 어느 하나도 쉽게 넘길 수 없었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많은 고민 끝에 남았던 질문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나는 나중에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1. 계산은 충분히 했다, 그래서 더 멈췄다
간호대 진학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기 때문에, 저는 아주 구체적으로 따져봤습니다.
학비는 물론, 학자금 대출이 남을 시점, 졸업할 나이, 그때 받을 수 있는 월급까지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이 생기면서 어떤 선택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모아둔 자금은 모두 정리된 상태였고, 앞으로는 제 힘으로 계획을 세워야 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4년 동안 돈만 쓰고 공부만 한다는 건 너무 무모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죠.
실제로 제 가족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나이에 대학을 간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는데? 결국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몇 년 안 남았잖아.”
그 말을 들었을 땐 순간적으로 화가 났지만, 이해도 됐어요.
저조차도 그걸 매일 고민하고 있었으니까요.
2. 조무사로서의 가능성과 한계, 둘 다 봤다
저는 지금도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고, 이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근무한 병원에는 70세까지 현장에서 일하시는 조무사 선생님도 계셨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 처음엔 ‘간호조무사로도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분명 맞는 말이에요. 가능한 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에서 느껴지는 역할의 한계를 분명히 체감하게 됐어요.
“내 업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넘기게 되는 일들, 의사결정에서 빠지는 순간들, 환자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개입할 수 없는 구조.
저는 단지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3. 나를 움직인 질문은 결국 이거 하나
정말 많은 고민이 오갔지만, 결국 저를 움직이게 만든 건 단순한 질문 하나였습니다.
“이 선택을 안 하면, 나는 나중에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실패가 두려운 게 아니었어요.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은 나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게 더 무서웠어요.
특히,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40대 초반에 간호대에 진학한 선배의 조언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간호사가 되고 싶다면, 간호사처럼 생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돼요.”
그 말이 제 결정을 지지해주는 유일한 소리처럼 느껴졌어요.
4. 진짜 기준은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후회 가능성’
많은 사람들이 “확률”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나이에 비해 얼마나 유리한지, 돈은 얼마나 들고, 일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하지만 저는 결국 “지금 이 선택을 안 했을 때, 나 자신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삼았어요.
아직도 불안합니다. 졸업해도 좋은 병원엔 못 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학비는 대출로 채울 거고, 졸업할 땐 40줄이 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간호대에 갑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서요.
마무리하며
이 글은 어떤 정답을 주려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저처럼 고민이 너무 깊어 한 걸음도 못 나아가고 있는 분께 “질문을 바꿔보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보다,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더 후회할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 질문은 결국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거예요.
저처럼요.